애국지사 글씨라더니 친일파 작품…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5만원에 구입한 개인 소장품이었다
관장 추천으로 특별전 전시…검증 오류에 이어 소장품 선정 과정까지 논란 국립중앙박물관이 독립운동가의 글씨로 소개했던 전시 유물이 실제로는 친일 인사의 작품으로 확인된 가운데, 해당 유물이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의 개인 소장품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박물관 측이 관장의 추천을 받아 작품을 전시에 포함했다고 밝히면서 유물의 진위 검증과 전시 선정 과정의 적절성을 둘러싼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유 관장이 취임 이후 자신과 가족이 소장했던 다른 유물도 박물관에 기증·전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공 문화기관의 운영 투명성과 이해충돌 방지 문제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애국지사 박원근 글씨로 전시…알고 보니 친일파 박중양 작품 문제가 된 유물은 ‘일반시국은(一飯是國恩)’이라는 글씨다. 한 그릇의 밥도 나라의 은혜라는 뜻을 담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 7월 1일부터 개최한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에서 이 작품을 충북 보은 출신 애국지사 박원근(1912~1950)의 유묵으로 소개했다. 그러나 전시 이후 작품의 실제 작성자를 둘러싼 의혹이 제기됐고, 박물관은 전시 시작 약 한 달 만에 해당 유물을 철거했다. 이후 전문가 검증을 거쳐 9월 7일 작품의 작성자가 애국지사 박원근이 아니라, 과거 박원근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던 친일 인사 박중양(1874~1959)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잘못된 유물 설명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당시에는 작품 소유자와 구체적인 전시 경위를 공개하지 않았다. 유홍준 관장 "내 개인 소장품 맞다" 인정 국립중앙박물관 역시 오는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조은희·정연욱 의원실 등에 제출한 자료에서 관장의 추천을 받아 해당 작품을 빌려 전시했다고 밝혔다. 이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최고 책임자가 소장한 작품이 관장의 추천을 통해 국가 대표 박물관의 특별전에 포함됐다는 의미다. 논란의 핵심은 단순히 유물 작성자를 잘못 확인한 데 그치지 않는다. 관장의 개인 소장품이 전시에 선정되는 과정에서 충분한 학술적 검토와 객관적인 검증이 이뤄졌는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내부에서도 전시 적절성에 의문 제기 보도에 따르면 국립중앙박물관 내부에서도 해당 작품이 특별전의 구성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물관 고고역사부 관계자는 작품 선정 논의 단계부터 전시의 전체적인 흐름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작품은 특별전에 포함됐고, 작성자에 대한 잘못된 설명이 관람객들에게 제공됐다. 박물관계에서는 국립박물관일수록 유물의 진위와 역사적 배경을 엄격하게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기관장 소장품이나 추천 작품이라고 해서 학예연구 부서의 검증 절차가 약화돼서는 안 된다는 우려도 나왔다. 유 관장 "애국지사 작품으로 알고 있었다" 해명 유홍준 관장은 자신 역시 해당 유묵을 애국지사의 글씨로 알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작품은 군립부여박물관 건립을 위해 부여문화원에 추가로 기증하려던 유물 가운데 하나였다고 밝혔다. 유 관장은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총 865점, 약 27억 원 상당의 유물을 기증했으며 추가 기증을 위한 감정평가도 준비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개인 소장품의 시장 가치를 높이기 위해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에 활용했다는 일각의 의혹에 대해서는 이러한 기증 계획을 근거로 반박한 것이다. 다만 기증 계획이 있었다는 설명과 별개로, 작품의 역사적 출처가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시됐다는 사실은 남는다. 유 관장은 지난 9월 10일 특별전 관련 강연에 앞서 유물의 의미를 정확하게 확인하지 못한 점을 박물관의 실수로 인정하고 공개 사과한 바 있다. 부인 소장 '돌호랑이'도 기증·전시…다른 작품까지 논란 확대 유홍준 관장과 가족이 소장했던 다른 유물들의 기증 및 전시 과정도 관심을 받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야외 중앙계단에 설치된 조선시대 ‘돌호랑이’ 조각은 유 관장 부인의 소장품이었다가 기증 절차를 거쳐 전시되고 있다. 박물관 측은 조선시대 호랑이 관련 유물에 대한 관람객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시할 작품을 찾던 중 기증받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난 7월 대한제국실 개편 재개관 당시 인접한 조선실에 새롭게 전시된 ‘박영효·김가진 유묵 병풍’에는 처음에 ‘유홍준 기증’이라는 안내 문구가 표시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재 돌호랑이와 유묵 병풍의 안내 패널에서는 기증자 이름이 빠진 상태다. 박물관 관계자는 지난 7월 말 전시 안내 패널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기증자 표기가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기증자 이름이 삭제된 정확한 이유와 그 결정 과정 역시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국정감사 앞두고 책임론…전시 선정·검증 과정 규명 요구 이번 논란은 오는 19일 예정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쟁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국회에는 이미 논란의 유묵 소유자와 전시 경위에 관한 자료가 제출된 상태다. 향후 확인이 필요한 사항은 관장의 추천이 실제 작품 선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 학예연구 부서가 어떤 검증 절차를 거쳤는지, 개인 소장품의 기증과 전시 과정에 이해충돌 방지 절차가 적용됐는지 등이다. 다만 현재까지 공개된 사실만으로 유 관장이 고의로 작품의 출처를 왜곡했거나 개인적인 경제적 이익을 얻으려 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국가 문화유산의 역사적 가치를 연구하고 국민에게 정확하게 전달해야 하는 공공기관이다. 이번 사건은 친일 인사의 글씨를 애국지사의 작품으로 잘못 소개한 검증 실패와 함께, 기관장 개인 소장품이 전시에 포함되는 절차가 충분히 투명했는지를 묻고 있다. 국정감사를 통해 작품 선정부터 검증, 전시, 철거, 사과에 이르는 전 과정이 얼마나 객관적으로 이뤄졌는지 밝혀질지 주목된다.


좌빨본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