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육·해·공사 통합 강행 방침…3군 총동창회 ‘원점 재검토’ 요구
안규백 장관-육·해·공사 총동창회장 면담…통합 놓고 입장차 총동창회 “군별 전문성 약화 우려…현행 체제 유지도 검토해야” 면담 직후 장관 발언 놓고 진실공방…국방부 “통합이 기본 방향” 대전 자운대에 4년제 ‘국군사관학교’ 추진…3조원 이상 소요 예상 육군·해군·공군사관학교를 하나의 ‘국군사관학교’로 통합하는 정부 계획을 둘러싸고 국방부와 3군 사관학교 총동창회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12일 국방부 청사에서 박판준 육군사관학교 총동창회장, 이범림 해군사관학교 총동창회장, 황성진 공군사관학교 총동창회장을 만나 사관학교 통합 문제를 논의했다. 그러나 통합 추진을 전제로 협조를 요청한 국방부와 통합 자체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총동창회 측의 입장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더구나 면담이 끝난 직후 안 장관이 '현행 3군 사관학교 체제를 유지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발언했는지를 놓고 양측의 설명까지 엇갈리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방부 "3군 통합은 과거 정부에서도 여러 차례 논의" 안 장관은 이날 면담에서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통합하는 국군사관학교 창설 계획과 추진 배경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장관은 사관학교 통합 논의가 현 정부에서 갑자기 등장한 정책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사관학교 통합이 이승만 정부부터 이명박 정부에 이르기까지 여러 차례 논의됐다면서, 과거 정부들이 반복해서 통합 필요성을 검토했던 이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추진하는 방안의 핵심은 현재 별도로 운영되는 육사·해사·공사를 하나의 4년제 국군사관학교 체제로 개편하는 것이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통합 사관학교는 대전 자운대에 들어설 예정이다. 3군 총동창회 "군 전문성 약화될 수 있다" 반면 3군 사관학교 총동창회는 통합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육군·해군·공군이라는 각 군의 특수성과 전문성이 장교 양성 단계부터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육군은 지상전, 해군은 해상전, 공군은 항공작전이라는 서로 다른 작전환경과 지휘체계를 갖고 있다. 따라서 장교 양성 역시 각 군의 역사와 전통, 작전환경에 맞춰 독립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 반대 측의 논리다. 총동창회 측은 통합 정책이 충분한 공론화와 의견수렴 없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하면서 통합 계획의 중단과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7월 8일에는 국회에서 육·해·공군 사관학교 총동창회와 육사 사관생도 학부모 모임 등이 참여한 통합 반대 집회도 열렸다. 면담 직후 벌어진 '안규백 발언' 진실공방 이날 면담에서는 예상하지 못했던 또 다른 논란이 발생했다. 총동창회 측은 면담 직후 기자들에게 안 장관이 통합뿐 아니라 현행 육·해·공군 사관학교 체제를 유지하면서 개선하는 방안도 대안 가운데 하나로 검토하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고 밝혔다. 박판준 육사 총동창회장은 안 장관이 현 체제를 유지하면서 개선하는 방안 역시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며 이를 이날 면담의 의미 있는 부분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곧바로 이를 부인했다. 국방부는 안 장관이 총동창회장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국군사관학교 창설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을 듣겠다는 뜻을 밝혔을 뿐이라며, "현 체제 유지도 검토하겠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라고 선을 그었다. 결국 사관학교 통합에 대한 이견을 좁히기 위해 마련된 장관과 총동창회장들의 면담이 끝나자마자 장관의 발언 내용 자체를 둘러싼 진실공방이 벌어진 것이다. 국방부 "국군사관학교 창설이 기본" 국방부의 공식 입장은 현재까지 분명하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더라도 정책의 기본 방향은 국군사관학교 창설이라는 것이다. 즉 통합 여부 자체를 다시 결정하는 것보다는 통합을 기본 전제로 놓고 교육과정이나 운영방식 등에 각계의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의미에 가깝다. 이 때문에 총동창회가 요구하는 '현행 3군 사관학교 유지'와 국방부가 말하는 '다양한 의견 수렴'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존재한다. 대전 자운대 통합 사관학교…3조원 이상 투입 예상 사관학교 통합은 단순한 교육과정 개편 수준의 사업도 아니다. 국방부가 제시한 기본계획은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통합한 4년제 국군사관학교를 대전 자운대에 창설하는 방안을 중심으로 한다. 통합 학교를 새로 건설하고 교육·훈련시설과 생도 생활시설 등을 구축해야 하기 때문에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 국방부 측 설명에 따르면 전체 사업에는 3조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원 마련을 위해 기존 사관학교 등의 유휴 부지를 활용하거나 매각한 자금과 국가 재정을 결합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따라서 향후 논쟁은 군 교육체계 문제를 넘어 기존 사관학교 부지 처리와 신규 시설 건설, 국가 재정 투입의 타당성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핵심 쟁점은 '통합 자체'와 '통합 방식' 이번 논란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사관학교 통합이 실제로 군의 합동성을 강화할 수 있느냐는 문제다. 현대전은 육·해·공군뿐 아니라 우주·사이버·무인체계 등이 결합되는 합동작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장교 양성 단계부터 군종 간 벽을 낮추고 합동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 반대로 합동성이 중요해질수록 각 군의 전문성을 충분히 갖춘 뒤 합동작전 능력을 발전시키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반론도 가능하다. 둘째는 굳이 기존 3개 사관학교를 없애고 새로운 통합학교를 만들어야 하느냐는 문제다. 통합 교육이 필요하다면 기존 사관학교 체제를 유지하면서 일정 기간 공동교육을 실시하거나, 학년별 통합교육과 군별 전문교육을 병행하는 방식 등 다른 대안도 검토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 특히 3조원이 넘는 예산이 예상되는 만큼 단순히 '통합이 필요하다'는 논리만으로는 부족하고, 기존 체제와 비교해 어떤 군사적·교육적 효과가 있는지 구체적으로 입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26일 공청회…10월 세부계획 발표 예정 정부는 통합 작업을 계속 진행할 방침이다. 국방부는 8월 26일 국군사관학교 창설 공청회를 열어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바탕으로 오는 10월께 국군사관학교 창설 세부계획을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다. 따라서 향후 공청회에서는 통합 찬반을 넘어 ▲각 군 전문성 유지 방안 ▲통합 교육과 군별 교육의 비율 ▲기존 사관학교 부지 활용 ▲3조원 이상으로 예상되는 사업비 ▲통합에 따른 실질적인 군사적 효과 등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사관학교는 단순한 대학이 아니다. 대한민국 군의 장교와 지휘관을 장기간에 걸쳐 양성하는 핵심 군사교육기관이다. 그만큼 제도를 한번 바꾸면 그 영향 역시 수십 년 동안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사관학교 통합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통합이냐 반대냐'라는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어떤 제도가 대한민국 군의 전문성과 합동전투력을 실질적으로 강화할 수 있느냐를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것이다. 3조원이 넘는 국가 재정과 미래 군 지휘체계가 걸린 대규모 개편인 만큼 충분한 공론화와 군사적 효과 검증 없이 속도만 내서는 안 된다는 지적 역시 향후 논의 과정에서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