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이재명 개헌론에 ‘조건부 동참’…야권서 “개헌 판 깔아주나” 논란
“연임 불추진 선언하면 야당도 개헌 논의 참여해야” 대통령과 골프 회동 이어 ‘분권형 개헌’ 강조 국민의힘 일각 “현직 대통령 적용 배제부터 명확히 해야” 이재명 대통령이 ‘대통령 4년 중임 또는 연임제’를 포함한 개헌 구상을 거듭 밝힌 가운데, 국민의힘 김태호 의원이 사실상 조건부 개헌 협상론을 꺼내 들었다. 김 의원은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이 연임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명확하게 밝힌다면 야당도 개헌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 대통령이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먼저 보여준다면 여야가 진정성 있게 개헌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현직 대통령이 개헌에 따른 임기상의 이익을 얻지 않겠다는 선언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표면적으로는 대통령의 연임 포기를 전제로 내걸었지만, 결과적으로 야당이 개헌 협상 테이블에 들어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던진 셈이다. 대통령과 골프 회동 뒤 개헌론 부각 김 의원의 발언이 주목받는 이유는 최근 이 대통령과의 골프 회동 이후 개헌 문제가 잇따라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지난달 초 이 대통령과 골프 회동을 가진 자리에서 자신이 ‘분권형 개헌’을 제안했고, 이 대통령이 “임기를 단축해서라도 개헌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이 대통령 역시 14일 대통령 임기를 4년 중임 또는 연임제로 변경하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개헌을 위해 필요하다면 자신의 임기 단축까지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 중진인 김 의원이 “연임하지 않는다면 개헌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으면서 정치권에서는 향후 여야 개헌 협상의 물꼬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반대로 국민의힘이 충분한 당내 논의와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 앞서 여권의 개헌 구상에 협상의 명분을 제공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될 수 있다. 김태호 “87년 체제 넘어 분권형 개헌해야” 김 의원은 단순한 대통령 임기제도 변경보다 권력구조 자체를 바꾸는 ‘분권형 개헌’을 강조했다. 그는 “이제는 한 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87년 체제를 넘어야 한다”며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고 책임을 명확하게 하는 방향으로 헌법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대통령과 골프 한 번이 정치를 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대화의 문을 여는 계기는 될 수 있다”며 여야 협치와 대화를 강조했다. 이어 “정치는 협치할 것은 협치하고 견제할 것은 단호히 견제해야 한다”며 국민을 위한 정치라면 누구와도 대화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분권형 개헌’이라는 표현만으로는 구체적인 권력구조가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대통령 권한을 어디까지 줄이고 국회와 국무총리의 권한을 어디까지 확대할 것인지, 대통령제의 기본 골격을 유지할 것인지, 이원집정부제 또는 내각책임제적 요소를 어느 수준까지 도입할 것인지에 따라 전혀 다른 헌법 체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개헌 논의가 시작된다면 ‘분권’이라는 추상적인 구호가 아니라 구체적인 권력 배분안을 먼저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경계론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 대통령의 개헌 제안에 선을 그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이양수 의원은 이 대통령의 개헌 구상을 대통령의 사법 문제와 권력 연장 가능성을 연결해 비판하면서, 개헌 논의에 앞서 차기 대선 불출마와 법정 출석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김용태 의원 역시 대통령의 재판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헌을 추진하는 것은 진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윤상현 의원은 개헌이 특정 정권의 정치적 필요가 아니라 국민적 합의와 국가의 미래를 기준으로 추진돼야 한다면서, 4년 중임제로 개헌하더라도 현직 대통령에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이 대통령과 민주당이 대통령 연임을 추진하지 않고 공소 취소 역시 추진하지 않겠다고 명확하게 약속한다면 야당도 개헌 논의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연임 포기’ 하나로 개헌 협상 들어가도 되나 쟁점은 결국 현직 대통령의 연임 포기 선언 하나만으로 야당이 개헌 협상에 참여할 충분한 조건이 되느냐는 데 있다. 개헌은 대통령 개인의 임기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대통령 권한, 국회의 권한, 정부 형태, 선거제도와 지방분권 등 대한민국의 권력구조를 장기간 결정할 수 있는 문제다. 어떤 내용을 헌법에 추가하느냐에 따라 국가의 기본 질서와 향후 정치 지형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 더구나 개헌안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여권 단독으로 처리할 수 없다. 결국 일정 규모의 야당 의원이 동의해야만 개헌안의 국회 통과가 가능하다. 이런 구조에서 야당 중진 의원들이 먼저 개헌 참여 가능성을 열어놓는다면 여권 입장에서는 개헌 추진에 필요한 정치적 공간을 확보하게 된다. 따라서 국민의힘이 개헌 논의에 참여한다면 최소한 현직 대통령에 대한 적용 여부, 개헌의 정확한 권력구조, 대통령 권한의 변화, 국회의 권한 확대 범위, 시행 시점 등을 먼저 명확하게 제시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김태호 의원의 주장이 ‘조건을 건 견제’가 될지, 결과적으로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개헌 논의에 야당이 판을 깔아주는 출발점이 될지는 앞으로 공개될 구체적인 개헌안과 국민의힘의 대응에 달려 있다. 개헌은 대통령과 몇몇 여야 정치인의 회동이나 정치적 타협으로 방향을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헌법의 주인은 정치권이 아니라 국민이다. 개헌의 필요성부터 내용과 시기까지 충분한 국민적 논의가 먼저라는 원칙만큼은 흔들려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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