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총기함 ‘열쇠 없앤다'
열쇠 분실·수기 관리 한계 개선 위해 스마트 총기함 확대…2034년 디지털 자물쇠 전 부대 적용 추진 정전·통신장애·전자장치 고장·인증정보 보안·전시 신속 불출 등은 풀어야 할 과제 육군이 수십 년 동안 사용해 온 물리적 열쇠와 수기대장 중심의 총기 관리체계를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한다. 총기함의 물리적 열쇠를 NFC(근거리무선통신) 기반 디지털 자물쇠로 대체하고 생체인식을 이용한 스마트 총기함도 확대한다. 열쇠 분실과 관리 소홀 가능성을 줄이고 총기 입·출고 과정을 전산화해 관리 효율성과 추적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총기는 일반 물품과 성격이 전혀 다르다. 군의 핵심 보안 대상인 총기 관리가 전자·정보시스템에 의존하게 되면서 기존 열쇠 방식에서는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위험까지 함께 대비해야 한다는 과제가 생긴다. ‘두 개의 열쇠’에서 ‘두 번의 디지털 인증’으로 현재 군 총기함은 위와 아래에 서로 다른 자물쇠를 설치하고 열쇠 역시 두 사람이 각각 보관하는 이중 잠금·이원화 관리가 원칙이다. 한 사람이 임의로 총기함을 열지 못하도록 물리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실제 운용에서는 열쇠 분실 가능성이 존재하고 편의를 이유로 열쇠 이원화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출입대장과 열쇠수불대장을 일일이 작성해야 하는 행정 부담도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수기 기록은 실시간 관리 측면에서도 한계가 있다. 총기나 탄약의 입·출고에 이상이 발생하더라도 기록 확인과 보고가 늦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육군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기존 물리적 자물쇠를 NFC 기반 디지털 자물쇠 이중 잠금 방식으로 전환한다. 핵심은 열쇠를 없애더라도 한 사람이 마음대로 총기함을 열 수 없다는 기존 이중 통제 원칙은 유지한다는 것이다. 생체인식까지 적용…‘누가 언제 열었나’ 전산 관리 생체인식을 이용한 스마트 총기함도 확대된다. 사전에 등록된 인증정보를 이용해 허가받은 인원인지 확인하고 총기함 개폐 및 총기 입·출고 정보를 전산화하는 방향이다. 이러한 시스템이 관련 지휘·관리체계와 연동될 경우 기존처럼 수기대장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고도 누가 언제 총기함에 접근했는지, 총기가 언제 반출·반납됐는지를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진다. 육군은 2026년 9사단 등 3개 부대에서 디지털 자물쇠를 시범 적용하고 군 운용 적합성을 검증한 뒤 2034년까지 전 부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그러나 여기서 또 하나의 문제가 시작된다. 디지털 총기함은 정말 더 안전한가 디지털 시스템은 열쇠 분실이라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전자장치와 정보시스템에 대한 의존이라는 새로운 위험을 만들어낸다.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전자장치 고장이다. 일반적인 전자제품이라면 고장이 발생했을 때 수리하면 되지만 총기함은 상황이 다르다. 비상사태나 전시 상황에서 총기를 즉시 불출해야 하는데 전자 잠금장치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전투준비태세에 직접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 정전과 전원공급 문제 역시 대비해야 한다. 비상전원이나 독립적인 전원체계를 갖추더라도 장기간 전력 공급이 중단됐을 때 정상적으로 총기함을 개방할 수 있는 비상 운용체계가 필요하다. 통신망과 서버를 이용하는 기능이 포함된다면 네트워크 장애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즉, 평상시에는 편리한 디지털 시스템이 전쟁·재난과 같은 극한 상황에서는 오히려 취약점이 되지 않도록 설계해야 한다. 생체인식도 만능은 아니다 생체인식 역시 편리하지만 완벽한 기술은 아니다. 손가락 부상이나 오염, 장비 인식 오류 등으로 정상적인 사용자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군인은 야외훈련과 전투 상황에서 손에 부상을 입거나 장갑을 착용하는 경우가 많다. 평시 사무환경에서 높은 인식률을 보이는 시스템이라도 실제 전투환경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특정 생체정보 하나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인증 실패 상황에서도 보안원칙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총기를 신속하게 불출할 수 있는 대체 절차가 중요해진다. ‘열쇠 탈취’ 대신 ‘디지털 인증정보 탈취’ 가능성 보안의 성격도 달라진다. 기존 총기함에서는 물리적인 열쇠를 확보하지 못하면 자물쇠를 열기 어려웠다. 디지털 시스템에서는 인증정보와 접근권한 관리 자체가 핵심 보안 대상이 된다. 따라서 인증정보의 부정 사용이나 관리 권한 오남용, 시스템 취약점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별도의 사이버보안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특히 총기 관리 시스템이 다른 군 정보망과 연결될수록 접근권한을 최소화하고 시스템을 독립적으로 보호하는 설계가 중요해진다. 생체정보 역시 비밀번호와는 성격이 다르다. 비밀번호는 유출되면 바꿀 수 있지만 지문 등 생체정보는 마음대로 변경할 수 없다. 생체정보 자체를 안전하게 저장·관리하는 문제도 총기함 보안 못지않게 중요하다. 편리함과 전투준비태세 사이의 균형 결국 이번 사업의 성패는 '디지털화했느냐'보다 어떤 상황에서도 정상적으로 작동하느냐에 달려 있다. 평시에는 디지털 인증과 자동기록을 사용하되 정전, 통신 두절, 장비 고장, 생체인식 실패와 같은 상황에서도 보안을 유지하면서 필요한 총기를 신속하게 불출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전시에는 짧은 시간에 많은 장병에게 총기를 지급해야 할 수 있다. 평시의 엄격한 인증절차가 전시 상황에서 병목현상을 일으키지 않는지도 실제 군 환경에서 검증할 필요가 있다. 또한 디지털 기록이 늘어난다고 해서 관리자의 책임까지 자동화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이상 상황을 확인하고 대응하는 것은 사람이다. 기술이 기존의 관리 원칙과 책임체계를 보완해야지 이를 대신해서는 안 된다. 이번 변화는 분명 군 총기 관리의 큰 전환점이다. 기존의 ‘두 개의 자물쇠·두 개의 열쇠·수기대장’ 방식이 ‘이중 디지털 인증·생체인식·전산기록’ 방식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다만 총기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편의성이 아니라 안전성과 전투준비태세다. 열쇠를 없애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전기가 끊기고 통신이 두절되며 전자장치가 고장 나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총기는 안전하게 통제되고, 필요한 순간에는 즉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2026년 시범운용은 바로 이 부분까지 검증해야 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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