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킹 프라임 칼럼] 전라도에는 세금 훔치는 귀신들만 사나?
새만금 잼버리의 악몽이 채 잊히기도 전에 이번에는 여수다. 국제행사를 유치했다고 떠들썩하게 홍보하고, 지역경제를 살린다고 장담하며 성공 개최를 외친다. 그리고 그 뒤에는 어김없이 막대한 국민 세금이 따라붙는다. 그런데 정작 행사가 시작되고 국민이 현장을 마주하면 또다시 똑같은 질문이 나온다. “그래서 그 많은 돈을 어디에 썼는데?” 여수세계섬박람회를 위해 전남도가 내놓았던 지원계획의 규모는 1,611억 원이었다. 기본사업비 248억 원, 확대사업비 428억 원, 연계사업 935억 원이다. 물론 1,611억 원 전체가 박람회장 안에 직접 투입된 돈은 아니다. 그러나 여수세계섬박람회의 성공 개최를 명분으로 추진된 막대한 규모의 공공사업이라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국민에게 보여줘야 할 것은 화려한 구호가 아니라 1,611억 원에 걸맞은 결과다. 그런데 여수세계섬박람회는 개막하고 나서 갑자기 우려가 생긴 행사가 아니다. 준비 과정부터 제대로 준비되고 있는 것이 맞느냐는 우려가 있었다. 개막을 불과 넉 달여 앞둔 시점에도 주행사장 전체 공정률은 62% 수준이었고, 8개 전시관은 38%에 머물러 있었다. 주최 측은 계획대로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렇다면 개막하는 순간 그동안의 우려를 결과로 잠재웠어야 했다. 돈도 있었고, 조직도 있었고, 준비할 시간도 있었다. 30개국 참가와 300만 명 관람객이라는 거창한 목표까지 내걸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달랐다. 개막 이후 실제 현장을 찾은 초기 관람객들 사이에서 볼거리와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결국 주최 측은 관람객들의 의견을 반영한다며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을 늘리고 콘텐츠 보강에 나섰다. 이것이 이번 문제의 핵심이다. 준비 과정부터 우려가 있었는데 문제없다고 했다. 막상 문을 열어보니 허접하다는 비판이 쏟아졌고, 결국 관람객을 입장시켜 놓은 뒤에야 부족한 콘텐츠를 다시 채우기 시작했다. 국제박람회는 관람객을 받아놓고 완성하는 행사가 아니다. 개막일은 준비의 시작이 아니라 수년간 준비해온 결과물을 국민 앞에 내놓는 날이다. 수백억 원을 들인 국제행사가 문을 연 다음에야 부족한 콘텐츠를 보강해야 한다면 도대체 개막 전까지 무엇을 준비했다는 말인가. 식당으로 치면 손님을 받아놓고 메뉴를 만들고, 극장으로 치면 관객을 앉혀놓고 무대장치를 설치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더구나 이것은 동네 축제가 아니다. 국가와 지방정부가 움직이고 조직위원회까지 만들어 수년간 준비한 국제행사다. 기본사업에 수백억 원이 들어갔고, 부족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국제행사에 걸맞은 전시와 연출을 준비한다며 확대사업까지 벌였다. 돈도 있었다. 조직도 있었다. 준비기간도 있었다. 그런데 결과물을 본 사람들이 허접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제 질문은 단순한 행사 흥행을 넘어선다. 그 많은 돈으로 도대체 무엇을 만들어놓았는가. 바로 여기에서 1,611억 원이라는 숫자가 무겁게 다가온다. 행사가 허접하다는 비판과 예산 문제는 별개의 이야기가 아니다. 막대한 국민 세금이 투입된 사업의 결과물이 그 돈의 규모를 납득시키지 못한다면, 바로 그 결과물이 예산을 들여다봐야 할 이유가 된다. 더 기가 막힌 것은 대한민국이 이런 광경을 처음 보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불과 3년 전 새만금 잼버리가 있었다. 당시에도 국제행사라는 거대한 간판 아래 막대한 국가와 지방재정이 움직였고 성공 개최를 자신했다. 그러나 세계 각국의 청소년들이 현장에 들어오자 폭염 대응부터 배수, 위생, 편의시설에 이르기까지 준비 부족 문제가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그때 국민이 물었던 것도 결국 이것이었다. “그 많은 돈을 어디에 썼느냐?” 새만금에서 예산 규모와 현장의 결과 사이에 엄청난 괴리를 경험했다면 여수에서는 같은 질문이 나오지 않도록 처음부터 철저했어야 했다. 그런데 불과 3년 뒤 또 전라도의 대형 국제행사를 바라보며 국민이 예산의 값어치를 따지고 있다. 전라도에는 세금 훔치는 귀신들만 사나? 현재 확인된 사실만으로 누군가 1,611억 원을 횡령했다거나 불법적으로 빼돌렸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1,611억 원이 사라졌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과 1,611억 원이 제대로 쓰였는지를 따져서는 안 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세금이 스스로 사라지는 일은 없다. 예산을 편성하는 사람이 있고, 사업을 승인하는 사람이 있다. 입찰하고 계약하는 사람이 있고, 용역을 발주하고 공사대금을 지급하는 사람이 있다. 마지막에는 그 결과물을 검수하고 돈을 지급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니 돈의 흐름을 따라가면 된다. 기본사업비 248억 원은 어디에 투입됐는가. 확대사업비 428억 원으로 무엇을 만들었는가. 특히 부족한 콘텐츠를 개발하겠다며 투입한 돈은 실제 어떤 결과물로 만들어졌는가. 연계사업 935억 원은 어떤 사업으로 구성됐으며 실제 박람회와 어떤 관계가 있었는가. 전시관과 콘텐츠 제작에는 각각 얼마가 들어갔는가. 홍보와 행사대행에는 얼마를 썼는가. 경쟁입찰과 수의계약은 어떻게 이뤄졌는가. 최초 계약금액과 최종 지급금액은 얼마나 차이가 나는가. 설계변경이나 사업비 증액은 없었는가. 원도급과 하도급을 거치면서 실제 현장에 투입된 돈은 얼마인가. 그리고 가장 중요한 질문이 남는다. 그 돈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이 과연 국민이 지불한 가격만큼의 가치가 있는가. 회계장부의 숫자가 맞는 것과 국민 세금을 제대로 사용했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법적 절차를 거쳐 100억 원을 지급했더라도 결과물이 그 가치에 현저히 미치지 못한다면 왜 그런 차이가 발생했는지 설명해야 한다. 특히 1,611억 원 가운데 935억 원이 연계사업이라는 사실 역시 면죄부가 될 수 없다. 오히려 더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 박람회가 없었어도 추진됐을 사업을 박람회 연계사업으로 묶은 것은 없는지, 행사라는 명분 아래 사업 규모를 불필요하게 키운 것은 없는지, 박람회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떨어지는 사업까지 끼워 넣은 것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것이 새만금 잼버리에서 제대로 배웠어야 할 교훈이다. 새만금에서 국민이 허탈했던 것은 행사 운영이 부실했다는 사실만이 아니었다. 막대한 돈과 수많은 기관이 움직였는데 정작 문제가 터지고 나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조직위원회 사이에서 책임 공방이 벌어졌다. 돈을 쓸 때는 주인이 많았는데 문제가 생기자 책임질 주인은 희미해졌다. 여수에서는 그 장면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박람회가 끝나 시설물이 철거되고 조직위원회가 해산하고 담당자들이 다른 자리로 이동한 뒤 뒤늦게 장부를 뒤적이는 방식으로는 부족하다. 현장에서 이미 허접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면 지금부터 예산과 결과물을 맞춰봐야 한다. 지역을 사랑한다는 것은 지역에서 벌어진 문제를 덮어주는 것이 아니다. 지역의 이름을 앞세운 공공사업일수록 국민 세금이 제대로 사용됐는지 더 철저하게 따지는 것이 오히려 지역의 명예를 지키는 길이다. 전북 새만금에서 대한민국은 이미 값비싼 교훈을 얻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전남 여수다. 준비 과정부터 우려가 있었다. 문제없다고 했다. 막상 뚜껑을 열자 허접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그리고 개막한 뒤에야 공연을 늘리고 콘텐츠를 보강하기 시작했다. 그 뒤에 놓여 있는 숫자가 1,611억 원이다. 제대로 쓰였다면 결과물이 증명하면 된다. 결과물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면 계약서와 장부가 증명하면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도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발견된다면 끝까지 추적하면 된다. 귀신은 예산을 편성하지 않는다. 귀신은 계약하지 않는다. 귀신은 세금을 쓰지도 않는다. 국민 세금을 결정하고 집행한 것은 결국 사람이다. 그렇다면 그 결과에 대한 설명도 사람이 해야 한다. 이렇게 허접하다는 비판을 받는 여수세계섬박람회. 도대체 1,611억 원은 어디에, 어떻게 썼는가. 새만금에서 놓친 책임을 여수에서 또 놓쳐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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