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득세 의존 구조 위에 쌓인 좌파 포퓰리즘 지출과 지방채 돌려막기의 결과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재정 비상 상황을 공식화하면서 경기도 재정위기의 책임을 둘러싼 논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추미애는 전임 도정이 지방채와 각종 기금을 끌어다 쓰며 문제를 뒤로 미뤘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현재의 위기를 최근 한두 해의 예산 운영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경기도 재정위기의 본질은 세 가지 문제가 장기간 겹친 결과에 가깝다.
첫째는 부동산 취득세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불안정한 세입 구조다. 둘째는 복지와 현금성 지원, 국비 연계 사업처럼 한번 늘어나면 쉽게 줄이기 어려운 지출이다. 셋째는 세입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기존 사업을 구조조정하지 않고 지방채와 기금으로 부족분을 메운 재정 운영 방식이다.
여기에 이재명 전 경기지사 시절 추진된 대규모 보편지원과 지역화폐 중심의 확장재정이 경기도의 재정 완충력을 약화했다는 책임론도 피하기 어렵다.
경기도 재정은 왜 갑자기 흔들렸나
경기도는 전국에서 가장 큰 지방정부이지만 세입 구조는 생각보다 취약하다. 도세의 상당 부분이 부동산 거래에 따라 들어오는 취득세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거래가 활발할 때는 세수가 크게 늘어나지만, 거래가 위축되면 세입도 급격히 줄어든다. 기업과 첨단산업이 경기도에 들어와도 기업 활동에서 발생하는 법인지방소득세는 주로 시·군에 귀속된다. 경기도는 교통·용수·전력·산업기반 비용을 부담하면서도 이에 상응하는 세수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는 구조다.
반면 지출은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 복지사업, 국비 매칭사업, 시·군 조정교부금, 교통과 안전 관련 사업은 법적·정치적으로 축소가 어렵다. 고령인구 증가와 각종 복지 수요까지 겹치면서 지출 부담은 자동으로 커진다.
세입은 경기 상황에 따라 출렁이는데 세출은 계속 증가하는 구조다. 이 차이를 메우기 위해 지방채를 발행하고 기금을 일반재원처럼 사용하면 당장은 버틸 수 있다. 하지만 세입이 회복되지 않을 경우 다음 해에는 더 많은 빚과 더 큰 구조조정이 필요해진다.
지금의 경기도가 바로 그 한계점에 접근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재명 도정의 포퓰리즘 정책은 책임이 없는가
이재명이가 경기지사 재임기에는 전 도민 재난기본소득, 지역화폐 확대, 청년기본소득을 비롯한 이른바 기본소득 계열 정책이 적극적으로 추진됐다.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에서 재난지원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피해가 컸고, 지역경제가 급격히 위축됐기 때문이다. 재난지원금과 지역화폐가 단기 소비를 늘리고 지역 상권을 지원했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그러나 정책의 필요성과 재정 운용의 적절성은 별개의 문제다.
전 도민에게 동일하게 지급하는 보편적 현금지원은 소득과 피해 정도를 세밀하게 구분하지 않는다. 지급 속도와 정치적 체감 효과는 크지만, 제한된 재원을 가장 피해가 큰 계층에 집중하는 방식보다 재정 효율성이 낮을 수 있다.
또한 현금성 지원은 도로나 철도, 산업기반시설처럼 장기간 남는 자산을 만들지 않는다. 소비가 끝나면 재정 효과도 소멸한다. 경기가 나빠질 때마다 같은 방식의 지원을 반복하면 새로운 고정지출에 가까운 정치적 기대가 형성될 수 있다.
특히 재난관리기금과 재해구호기금 등 비상시에 사용해야 할 재원을 대규모로 투입했다면, 이후의 경기침체나 재난에 대응할 완충 능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재명 도정의 정책이 현재 재정위기를 직접 발생시켰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경기도 재정의 체력과 비상 여력을 약화한 중장기적 책임은 분명히 검증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지출 규모보다 지출 구조였다
포퓰리즘 논쟁에서 흔히 놓치는 부분은 단순히 “얼마를 썼느냐”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지출이 일회성인지, 지속 가능한지, 새로운 세입이나 자산을 만들어 냈는지다.
경기도가 일시적으로 큰돈을 쓰더라도 이후 세수가 늘어나거나 인프라 자산이 남는다면 장기적인 재정 부담은 줄어들 수 있다. 반대로 현금성 지원과 소비촉진 사업에 재원을 집중하면서 세입 기반을 넓히지 못했다면, 재정의 지속 가능성은 악화된다.
이재명 도정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정책은 정치적 상징성이 강했다. 정책 수혜자가 넓고 체감도가 높아 전국적 인지도를 높이는 데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경기도 재정의 장기 안정성이라는 관점에서는 다음 질문이 필요하다.
그 정책이 끝난 뒤 경기도에 어떤 지속적인 세입이 남았는가.
지역경제의 생산성과 고용을 구조적으로 높였는가.
추가 지출 없이도 정책 효과가 유지됐는가.
경기침체에 대비할 기금과 유동성을 충분히 남겨뒀는가.
이 질문에 명확한 성과가 제시되지 않는다면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김동연 도정의 직접적인 관리 책임도 크다
현재의 재정 공백에 대한 행정적 책임은 이재명 도정에만 돌릴 수 없다. 이재명이는 2021년 경기도지사직에서 물러났고, 이후 민선 8기 김동연 도정이 수년간 예산을 운영했다.
세입 감소와 기금 소진이 확인된 뒤에는 사업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신규 사업을 억제하며 중기 재정계획을 다시 세웠어야 한다. 그러나 지방채 발행과 기금 활용을 통해 기존 지출을 계속 유지했다면 이는 현재 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특히 일부 사업을 1년치가 아닌 9개월분만 편성하거나, 다음 집행부가 추가 재원을 마련해야만 지속할 수 있도록 예산을 구성했다면 정상적인 재정 운영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는 가계로 비유하면 월급이 줄어든 상황에서도 생활비를 줄이지 않고 예금과 대출로 지출을 유지한 것과 같다. 처음에는 문제가 드러나지 않지만 예금이 바닥나고 대출 한도가 차면 한꺼번에 위기가 표면화된다.
따라서 김동연 도정은 이재명 도정에서 시작된 사업 가운데 어떤 사업을 유지했고, 어떤 사업을 확대했으며, 세입 감소에 대응해 어떤 구조조정을 했는지 공개해야 한다.
추미애 지사의 책임론에도 정치적 계산은 섞여 있다
추미애 지사가 재정 비상을 선언하고 전임 도정의 책임을 강조하는 것은 새로운 집행부가 재정 상황을 국민에게 알리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새 도지사가 취임 직후 전임자를 비판하며 재정위기를 부각하는 것은 정치권에서 반복되는 모습이기도 하다. 재정 악화의 책임을 전임 집행부에 돌리면 공약 축소와 예산 삭감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따라서 이번 발표가 실제 재정개혁인지 정치적 책임 전가인지는 앞으로의 조치로 판단해야 한다.
업무추진비와 행사비를 줄이는 상징적인 대책만 내놓는다면 재정위기의 규모에 비해 효과는 제한적이다. 진짜 개혁이라면 신규 공약사업과 산하기관, 보조금 사업, 중복 복지사업을 포함한 전면적인 지출 재검토가 필요하다.
동시에 채무 규모와 상환 일정, 기금별 잔액, 연도별 세입 전망, 민선 7기와 8기의 신규 사업 부담을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책임 소재를 정치적 주장과 숫자로 구분할 수 있다.
책임은 세 단계로 구분해야 한다
현재 경기도 재정위기의 책임을 정확히 나누면 다음과 같다.
이재명 도정의 책임은 재정 완충력 약화에 있다.
보편적 현금지원과 지역화폐, 기본소득 계열 사업을 확대하면서 기금과 가용재원을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단기적인 정책 체감도는 높였지만 장기 재정의 여유를 줄였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김동연 도정의 책임은 문제의 연장과 현실화에 있다.
세입 감소가 명확해진 이후에도 과감한 구조조정보다 지방채와 기금으로 기존 지출을 유지했다면 현재의 유동성 부족과 예산 공백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재정 제도의 책임은 구조적 취약성에 있다.
취득세에 의존하는 도세 구조, 기업 유치 비용과 세수 귀속의 불일치, 국고보조사업에 따른 지방비 부담은 경기도가 자체 절감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세 책임 가운데 하나만 강조하면 재정위기의 본질을 놓치게 된다.
포퓰리즘이 남기는 가장 큰 문제는 ‘사업’이 아니라 ‘기대’다
포퓰리즘 정책의 장기적인 위험은 한 번 지급된 현금의 액수에만 있지 않다.
국민에게 새로운 지원이 제공되면 다음 선거에서도 비슷한 정책을 요구하는 기대가 생긴다. 정치인은 기존 혜택을 축소하기 어렵고, 오히려 경쟁적으로 지원 범위를 확대한다. 세수가 줄어도 지출을 줄이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기도가 재정 여력이 좋을 때 시작한 사업이라도 경기가 나빠졌을 때 중단할 수 없다면 사실상 고정지출이 된다. 처음에는 한시적 정책이었지만 정치적 권리처럼 굳어지면 재정 구조는 경직된다.
이재명 도정에서 시작된 기본소득과 보편지원 정책의 가장 큰 재정적 유산도 개별 사업비보다 이런 정치적 기대일 수 있다.
이후 도정이 이를 축소하지 못하고 다른 지원사업까지 추가했다면, 책임은 정책을 시작한 사람과 계속 확대한 사람 모두에게 있다.
재정위기의 진짜 본질
경기도 재정위기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부동산 거래에 의존하는 불안정한 세입 구조 위에서 현금성·복지성 지출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세입이 줄어든 뒤에도 사업 구조조정 대신 지방채와 기금으로 부족분을 메우다 한계에 도달한 것이다.
이재명 전 지사의 확장적 정책은 이 구조를 악화한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다. 특히 재정의 완충 장치를 약화하고 보편지원에 대한 정치적 기대를 키웠다는 점에서 책임이 작다고 보기 어렵다.
다만 현재의 위기가 이재명 도정만의 결과는 아니다. 이후 도정이 지출 구조를 바로잡지 못했고, 낡은 지방세 제도도 그대로 유지됐다.
정확한 표현은 이렇다.
이재명 도정이 포퓰리즘성 확장재정으로 경기도의 재정 체력을 약화했고, 김동연 도정이 구조조정 없이 지방채와 기금으로 문제를 연장했으며, 취득세 중심의 세입 구조가 위기를 증폭시켰다.
이제 필요한 것은 책임 공방보다 재정 장부 공개다
경기도는 민선 7기 이후 연도별 채무와 기금 잔액, 현금성 지원사업 총액, 지역화폐 관련 도비 부담, 민선 8기 신규 사업, 지방채 사용처와 상환 일정을 공개해야 한다.
또한 각 사업을 다음 세 가지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
반드시 유지해야 할 필수사업, 효과를 검증한 뒤 조정할 사업, 재정 상황상 중단하거나 폐지할 사업이다.
재정위기 상황에서도 모든 공약과 복지사업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고위공직자 업무추진비나 행사비를 줄이는 것만으로 수천억 원의 부족분을 해결할 수도 없다.
정치적으로 인기 없는 결정을 피하면서 재정개혁을 말한다면 또 다른 시간 벌기에 불과하다.
경기도 재정위기는 단순한 회계 문제가 아니다. 국민의 세금을 정치적 인기를 위해 얼마나 쉽게 사용해 왔는지, 세입이 줄었을 때 누가 책임 있게 지출을 줄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방정부 운영의 시험대다.
이재명 전 지사의 책임도, 김동연 전 지사의 책임도 숫자로 검증해야 한다. 추미애 지사 역시 전임자 비판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공약과 사업부터 재검토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이번 재정 비상 선언도 다음 도정에 부담을 넘기기 위한 또 하나의 정치적 선언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