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킹 프라임 칼럼] 전남·광주 독자적 대입제도 좋다, 대신 전남·광주 대학에만 진학해라
이재명이 전남광주통합특별시를 예로 들며 지역 실정에 맞는 독자적인 대학입시 제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했다. 표면적인 명분은 지역 교육 자율성을 확대하고 지방대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나는 이 제안에 반대하지 않는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단, 조건은 명확해야 한다. 전남·광주가 대한민국의 공통 대입제도와 다른 독자적 입시제도를 시행하겠다면, 그 제도로 진학하는 학생들은 전남·광주 소재 대학에만 진학하도록 해야 한다. 독자적 규칙을 선택했다면 그 결과도 스스로 책임져라 지방자치의 기본 원칙은 권한과 책임의 균형이다. 전남·광주가 지역 환경에 맞춰 수능 비중을 줄이든, 면접을 강화하든, 지역 고교와 대학을 연계하는 새로운 교육과정을 만드는 것은 자유다. 그리고 그 제도를 전남대, 조선대 등 해당 지역 대학들이 활용하면 된다. 그러나 전남·광주 학생에게 별도의 규칙을 적용하면서 그 결과를 가지고 서울·경기·부산·대구 등 전국 대학에 지원하게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같은 대학을 놓고 경쟁하는데 누구는 전국 공통 기준을 따르고 누구는 특정 지역만의 별도 규칙을 적용받는다면 공정성 논란은 피하기 어렵다. 기준은 간단하다. 독자 입시제도를 선택하면 전남·광주 대학에 진학하고, 다른 시·도 대학에 지원하고 싶다면 다른 국민과 동일한 전국 공통 입시기준으로 경쟁하면 된다. 이것이 가장 공정하다. 지방대를 살린다면서 서울 대학으로 가는 통로를 열어주어서는 안 된다 제도의 명분이 ‘지방대 경쟁력 강화’라면 정책 목적과 수단이 일치해야 한다. 지방대를 살리기 위한 제도를 이용한 학생이 서울 대학으로 빠져나가도록 허용한다면 정책 목적 자체가 흔들린다. 진짜 지방대를 살리려면 좋은 교수진과 연구시설을 갖추고, 지역 기업과 일자리를 연계해 학생들이 스스로 지역 대학을 선택할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경쟁력이 갖춰지면 다른 지역 학생들이 전남·광주 대학을 찾아오게 된다. 서울 진학을 위한 특별통로를 만드는 것은 지방대 육성이 아니다. 지방대 경쟁력은 입시제도의 예외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교육의 질, 연구역량, 취업기회, 지역산업과의 연계에서 나와야 한다. 지방자치의 문제를 고치기보다 특례를 더 늘리는 방향 지방자치제 시행 이후 대한민국에서는 방만한 재정운영, 선심성 행정, 지역 토호세력과 정치권의 유착 논란, 중복사업과 보여주기식 개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이의 책임 떠넘기기 등 여러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 때문에 지방자치제의 구조와 효율성 자체를 다시 점검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지방자치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책임성을 강화하는 일이다. 그런데 정부가 특별시·특별자치·행정통합과 각종 지역특례를 계속 확대하고, 이제 대학입시까지 지역별로 다른 제도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국민은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지방분권의 적정한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특정 지역에 특례가 계속 중첩된다면 정치적 편중 의혹은 피하기 어렵다 전남·광주는 오랫동안 민주당의 핵심 정치적 기반 가운데 하나였다. 물론 이 사실만으로 독자 입시제도 제안 자체를 정치적 특혜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특정 정치세력의 핵심 지지지역에 행정·교육·재정 특례가 반복적으로 집중된다면 다른 지역 국민들이 형평성과 정치적 편중을 의심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이러한 특례 조치가 5·18 유공자와 자녀들에 대한 각종 지원·예우 제도를 둘러싸고 제기돼 온 특혜 논란처럼, 또 다른 지역 특혜의 통로로 이용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올 수 있다. 특정 지역에 예외적인 정치·행정·교육 특례가 계속 중첩된다면, 전남·광주가 대한민국 안에서 사실상 별도의 특권적 지위를 갖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런 지역 편중이 반복될수록 국민 사이에서는 이른바 ‘전라민국’ 이라는 자조적 표현이 더욱 확산될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그 표현 자체가 아니라, 왜 국민 일부가 그런 극단적인 표현까지 사용하게 되는지를 정치권이 돌아봐야 한다는 점이다. 지방자치 강화를 넘어 ‘자유대한민국 해체’로 가는 것은 아닌가 나는 바로 이 지점에서 강한 의문을 갖는다. 지역별로 다른 교육제도를 만들고, 지역별로 행정특례를 확대하고, 재정과 복지까지 서로 다른 예외를 누적시킨다면 대한민국의 공통된 국가제도는 점점 약해질 수밖에 없다. 오늘은 입시다. 내일은 복지일 수 있다. 그다음은 세금, 노동, 주택, 행정일 수도 있다. 각각 하나씩만 보면 사소한 지역특례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예외가 수십 개, 수백 개 쌓이면 결국 같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도 거주지역에 따라 서로 다른 제도와 권리를 적용받는 나라가 될 수 있다. 나는 이러한 흐름이 단순한 지방분권 강화를 넘어 자유대한민국의 공통 기반을 허무는 국가 해체적 방향으로 가는 것은 아닌지 강하게 의심한다. 이재명 개인의 내면적 목적이 실제로 ‘대한민국 해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치 지도자는 말보다 정책의 결과로 평가받는다. 지역별 특례가 국가의 통합성을 강화하는 방향이 아니라 공통제도를 계속 분절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한다면 그 결과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특혜 논란을 피하려면 전국에 동일하게 허용하라 정부가 이런 의혹을 불식시키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전남·광주에 주는 교육자치 권한을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충청, 강원, 제주 등 전국 어디에나 동일하게 허용하면 된다. 그리고 그에 따른 혜택과 책임 역시 해당 지역 안에서 완결되도록 하면 된다. 전국 어디서든 선택할 수 있는 제도라면 지방자치다. 특정 지역에만 허용된다면 특혜 논란이 생긴다. 특정 지역만 다른 기준을 적용하면서 그 혜택을 전국으로 확장한다면 공정성 논란은 더 커진다. 대한민국은 지역들의 느슨한 연합체가 아니다 대한민국은 전남·광주만의 나라가 아니다. 부산도, 대구도, 충청도도, 강원도도, 제주도도 모두 하나의 대한민국이다. 지역 특성을 살리는 것은 필요하다. 지방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지방분권이라는 이름으로 국가의 공통적인 제도와 국민의 공정한 경쟁조건까지 지역별로 쪼개서는 안 된다. 입시, 복지, 세금, 노동, 행정 등 국가적 공통 기준이 하나씩 무너지면 국가의 제도적 통합성도 함께 약해진다. 전남·광주 독자적 대입제도, 좋다. 대신 그 제도의 혜택과 책임도 전남·광주 안에서 100% 완결하라. 독자적인 지역 입시를 선택했다면 전남·광주 대학에서 그 성과를 증명하고, 다른 시·도 대학에 진학하려면 대한민국 모든 학생과 동일한 공통 기준으로 경쟁하라. 그것이 자치와 특혜를 가르는 선이며, 지방분권과 국가 해체적 분절을 가르는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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