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킹 프라임 칼럼] 친박에서 멀박으로, 친윤에서 비윤으로, 부정선거에서 부실선거로… 박쥐같은 윤상현의 정치는 무엇을 향해 움직이는가
정치인에게 가장 중요한 자산은 말솜씨도, 화려한 경력도 아니다. 일관성이다. 자신에게 유리할 때와 불리할 때 같은 원칙을 지킬 수 있는가. 권력을 가진 사람 앞에서 했던 말을 권력이 사라진 뒤에도 반복할 수 있는가. 선거를 앞두고 지지층에게 했던 약속을 선거가 끝난 뒤에도 지킬 수 있는가. 이 기준으로 윤상현 의원의 정치 행보를 바라보면 적지 않은 의문이 남는다. 친박에서 멀박으로. 친윤에서 비윤으로. 그리고 이제는 부정선거에서 부실선거로. 정치적 환경이 달라질 때마다 표현과 위치도 달라지는 모습에 국민이 묻는 것은 단순하다. 윤상현의 정치에는 변하지 않는 원칙이 존재하는가. 부정선거를 말하던 정치인이 이제는 ‘부실선거’를 말한다 선거관리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과 실제 선거 결과가 조작됐다는 주장은 엄밀히 구분해야 한다. 행정착오 하나가 발견됐다고 해서 곧바로 전체 선거가 조작됐다고 결론을 내리는 것도 옳지 않다. 그러나 반대 방향의 오류 역시 경계해야 한다. 선거법이 정한 절차가 반복적으로 지켜지지 않았다면 그것을 단순한 ‘부실’이라는 말 한마디로 덮을 수도 없다. 선거는 결과만 맞으면 되는 행정업무가 아니다. 투표용지 관리부터 선거인명부, 투표자 수 확인, 투표함 관리, 개표와 집계까지 하나하나의 절차가 법으로 정해져 있는 이유가 있다. 선거의 신뢰는 결과 이전에 절차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절차에 문제가 발견됐다면 국회의원이 할 일은 문제 제기 자체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조사하면 된다. 전산기록을 확인하면 된다. 투표자 수와 집계자료를 대조하면 된다. 선관위 관계자를 불러 책임소재를 밝히면 된다. 그래서 문제가 없다면 국민에게 자료를 보여주면 되고, 문제가 있다면 고치고 책임자를 처벌하면 된다. 그것이 국회의 역할이다. ‘100% 부정선거냐’는 질문은 본질을 흐린다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에게 “그러면 선거가 100% 조작됐다는 것이냐”고 몰아붙이는 방식도 적절하지 않다. 왜 반드시 100%여야 하는가. 한 선거에서 불법행위가 일부라도 있었다면 그 행위가 무엇인지 규명해야 한다. 반대로 절차상 오류가 있었다고 해서 선거 전체가 조작됐다는 의미도 아니다. 따라서 논쟁의 핵심은 ‘100%냐 0%냐’가 아니다. 어떤 위법이나 오류가 있었는가. 그것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는가.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이 세 가지를 확인하는 것이 먼저다. 그런데 국민에게 100%를 입증하라고 요구하면서 정작 국가기관의 자료와 시스템을 조사하지 않는다면 순서가 뒤바뀐 것이다. 국민에게 수사기관 수준의 입증능력을 요구하기 전에, 조사권을 가진 정치권과 국가기관이 먼저 검증해야 한다. 필요할 때는 관심을 보이고, 필요 없어지면 거리를 두는 정치인가 더 큰 문제는 윤상현 의원의 정치적 태도를 둘러싼 논란이다. 민경욱 전 의원은 윤 의원이 자신이 부정선거 문제를 제기할 당시 오랫동안 거리를 두다가 어느 시점에는 관련 인사들을 의원실로 불러 장시간 설명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민 전 의원이 전한 내용이 모두 사실인지는 윤상현 의원의 해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만약 정치적 필요가 생겼을 때 부정선거 문제에 접근했다가 필요성이 사라진 뒤 다시 거리를 둔 것이라면 문제는 심각하다. 그것은 부정선거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보다 훨씬 근본적인 문제다. 정치인이 특정 지지층의 신념을 자신의 정치적 필요에 따라 이용했느냐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생각을 바꾸는 것 자체는 죄가 아니다. 새로운 자료를 보고 판단을 바꿀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면 설명해야 한다. 과거에는 왜 의혹에 귀를 기울였는가. 무엇을 확인했는가. 그리고 지금은 어떤 새로운 사실을 확인했기에 판단이 달라졌는가. 그 설명이 없다면 국민은 입장 변화보다 정치적 계산을 먼저 의심하게 된다. 친박에서 멀박으로 윤상현이라는 정치인을 이야기할 때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빼놓기 어렵다. 한때 대표적인 친박계 정치인으로 불릴 만큼 박근혜 정부와 가까웠다. 그러나 정치 환경이 바뀌면서 그 관계 역시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정치인이 특정 인물과 영원히 함께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문제는 정치적 상황이 달라질 때마다 자신의 과거까지 지워버리듯 행동한다면 국민이 그 정치인의 신념을 어디에서 찾아야 하느냐는 것이다. 권력이 강할 때 가까이 있고 권력이 약해지면 멀어지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정치는 바로 그런 순간에 사람의 본질을 보여준다. 친윤에서 비윤으로 윤석열 정부에서도 비슷한 질문이 반복된다.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정치인으로 평가받던 시기가 있었지만 정치적 환경과 당내 권력관계가 달라지면서 점차 거리를 두는 모습도 나타났다. 물론 대통령과 여당 의원이 모든 문제에서 같은 생각을 가져야 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잘못된 정책이라면 비판하는 것이 국회의원의 책임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왜 입장이 달라졌는가이다. 정책과 원칙 때문에 달라진 것인지,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달라진 것인지 국민은 결국 행동을 통해 판단한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가 반복될수록 의혹은 커진다. 친박에서 멀박으로. 친윤에서 비윤으로. 부정선거에서 부실선거로. 하나하나만 보면 정치적 변화라고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변화가 계속 같은 방향으로 반복된다면 다른 이름이 붙기 시작한다. 기회주의다. 보수정치가 무너진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런 정치다 대한민국 보수정치의 위기는 단순히 선거에서 몇 번 졌기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다. 보수정당이 자신의 지지층에게조차 신뢰받지 못하게 된 것이 더 큰 문제다. 선거 때는 자유민주주의를 말한다. 당대표 선거 때는 보수 지지층을 찾는다. 위기가 오면 대통령을 지킨다고 말한다. 그런데 정치적 상황이 바뀌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다른 위치에 선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국민은 결국 정치인의 말을 믿지 않는다. 정치인이 오늘 한 말을 내일 뒤집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어떤 정책을 발표해도 신뢰가 생기지 않는다. 보수정치가 다시 살아나려면 가장 먼저 되찾아야 할 것은 의석수가 아니라 신뢰다. 그리고 신뢰의 출발점은 일관된 원칙이다. 선거 문제의 답은 간단하다. 끝까지 조사하라 부정선거냐 부실선거냐를 말싸움으로 결정할 이유가 없다. 자료를 보면 된다. 의혹이 제기된 선거구의 선거인명부를 확인하라. 투표자 수와 실제 투표지 수를 대조하라. 투표율 입력과 수정 기록을 공개하라. 투표용지의 발급·회수·보관 과정을 확인하라. 전산시스템 로그를 조사하라. 문제가 없으면 없다는 사실을 원자료로 입증하면 된다. 문제가 있다면 책임자를 처벌하고 제도를 고치면 된다. 그게 전부다. 국민이 원하는 것도 거창한 것이 아니다. 믿으라고 강요하지 말고 확인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선거의 신뢰는 “문제없다”는 정치인의 한마디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누구나 검증할 수 있는 투명한 절차에서 만들어진다. 윤상현에게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변신이 아니다 윤상현 의원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부정선거론자와 싸우는 것도 아니고, 그들에게 다시 다가가는 것도 아니다. 자신의 과거와 현재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을 설명하는 일이다. 과거 부정선거 문제에 관심을 보였던 이유는 무엇인가. 관련 인사들과 만났다면 무엇을 들었는가. 당시와 지금의 판단은 무엇이 달라졌는가. 그리고 선관위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난 문제를 어디까지 조사할 생각인가. 이 질문에 답해야 한다. 정치인이 입장을 바꾸는 순간마다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다면 국민은 결국 가장 단순한 결론에 도달한다.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움직이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박쥐정치는 결국 어느 편에서도 신뢰받지 못한다 박쥐는 상황에 따라 어느 쪽에도 붙을 수 있지만 결국 어느 쪽에서도 완전히 신뢰받지 못한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오늘의 권력에 붙고 내일의 권력을 찾아 움직이는 정치인은 당장은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정치적 자산 하나를 계속 잃는다. 신뢰다. 정치에는 수많은 선택이 있다. 하지만 모든 선택의 기준이 정치적 생존이라면 그것은 소신정치가 아니다. 친박에서 멀박으로. 친윤에서 비윤으로. 부정선거에서 부실선거로. 변화가 너무 화려하다. 이제 윤상현 의원이 국민에게 보여줘야 할 것은 또 다른 변신이 아니다. 불리하더라도 지키는 하나의 원칙이다. 그것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윤상현은 결국 캄캄한 박쥐동굴속 나락으로 떨어지는 일만 남은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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