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킹 프라임 칼럼] 태극기도 거꾸로, 금메달 정신도 거꾸로… ‘과정은 필요 없다’는 노시환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이 금메달을 목에 걸고 돌아왔다. 결과만 놓고 보면 축하할 일이다. 한국은 결승에서 일본을 3대1로 꺾고 아시안게임 야구 5회 연속 금메달을 달성했다. 그런데 금메달의 기쁨보다 대표팀 주장 노시환의 인터뷰가 더 큰 논란을 만들고 있다. 대회 과정에서 대표팀은 일본에 0대5로 패했다. 특히 해당 일본 대표팀이 프로 최정예가 아니라 사회인야구 선수들을 중심으로 구성됐다는 점 때문에 한국 야구를 향한 비판은 더욱 거셌다. 그런 상황에서 결승전 승리 후 노시환은 대표팀을 향한 비판적인 시선에 대한 질문을 받았고 다음과 같이 답한 것으로 보도됐다. “솔직히 신경 안 쓴다. 그런 말들은 아예 신경을 안 쓰고, 그냥 어쨌든 땄잖아요 금메달을.” 이어 그는 이렇게 말했다. “과정은 전혀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무조건 금메달이 중요한 거기 때문에, 그런 말은 신경 쓰지 않는다.” 나는 이 발언이 대표팀 주장에게 어울리는 대답이었는지 묻고 싶다. 금메달을 땄으니 모든 비판이 끝나는가. 국가대표 야구팀이 대회에서 어떤 경기력을 보여줬든 마지막에 금메달만 목에 걸면 과정에 대한 평가는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인가. 프로야구 선수는 결과로 평가받는다. 국가대표 역시 국제대회에서 결과가 중요하다. 그러나 결과가 중요하다는 것과 “과정은 전혀 필요 없다” 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과정이 필요 없다면 일본전 0대5 패배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타선이 고전했던 경기에서는 무엇을 돌아볼 것인가. 대표팀의 경기력을 지적한 야구팬들의 비판에서는 무엇을 받아들일 것인가. 결국 금메달을 땄으니 아무것도 돌아볼 필요가 없다는 식의 태도라면 한국 야구의 발전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더욱이 노시환은 그냥 대표팀 선수 한 명이 아니었다. 대표팀 주장이었다. 주장은 승리했을 때 가장 앞에서 환호하는 자리만이 아니다. 패했을 때 선수단을 대표해 책임을 이야기하고, 부족했던 경기력을 인정하고, 팬들의 비판까지 받아들이는 자리다. “어쨌든 금메달 땄잖아요”라는 말보다 “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었고 금메달과 별개로 돌아보겠다”는 말이 대표팀 주장에게 훨씬 어울렸을 것이다. 나는 특히 “과정은 전혀 필요 없다” 는 표현이 아쉽다. 스포츠에서 과정이 없다면 결과도 없다. 훈련이 과정이다. 실패가 과정이다. 패배를 분석하는 것도 과정이다. 팬들의 비판을 받아들이는 것도 과정이다. 그 모든 과정이 쌓여 다음 경기의 결과를 만든다. 그런데 국가대표팀 주장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고 과정 자체가 필요 없다고 말한다면 후배 선수들은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이번 노시환은 출국 과정에서도 태극기가 거꾸로 달린 국가대표 유니폼 착용으로 논란을 빚었다. 국가대표팀 주장이 태극기가 거꾸로 달린 유니폼을 확인?도 인하고 착용한채 인터뷰를 했었다. 그런 노시환이 출국할 때는 태극기를 거꾸로 달아 논란을 만들고, 돌아올 때는 주장 입에서 “과정은 전혀 필요 없다. 무조건 금메달이 중요하다” 는 말이 나왔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출국할 때는 태극기를 거꾸로 달고 가더니, 귀국할 때는 금메달 정신까지 거꾸로 달고 왔는가. 물론 노시환의 인터뷰 전체를 볼 필요도 있다. 다른 귀국 인터뷰에서는 일본전 패배 당시 아쉬움이 있었지만 남은 경기가 있었기 때문에 빨리 잊고 다음 경기에 집중하려 했다는 취지로 설명했고, 어린 선수들이 많은 대표팀에서 밝은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했으며 자신을 따라준 후배들에게 고맙다는 뜻도 밝혔다. 따라서 노시환의 생각 전체를 단 한 문장으로 규정하지는 않겠다. 그렇다고 문제의 발언 자체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대표팀 주장이라면 자신의 말이 어떤 의미로 국민에게 전달되는지 생각해야 한다. 특히 프로야구에서 스타 대접을 받고 높은 연봉을 받는 선수일수록 팬들의 기대와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연봉이 실력에 비해 과도한지, 메이저리그가 아닌 마이너리그 어느 수준에 해당하는지는 객관적 비교가 필요한 별개의 문제다. 그러나 높은 평가와 대우를 받는 프로선수에게 그만큼 높은 책임과 경기력을 요구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국제무대는 KBO리그에서 얻은 명성과 연봉을 평가해주는 곳이 아니다. 유니폼 뒤에 붙은 이름값도 보지 않는다. 그라운드에서 보여주는 실력이 전부다. 일본에 0대5로 패했던 경기 역시 금메달을 땄다는 이유로 기록에서 없어지지 않는다. 금메달은 패배를 지우는 지우개가 아니다. 오히려 우승팀이라면 왜 그런 패배가 나왔는지 더 냉정하게 분석해야 한다. 한국 야구가 아시아 최강을 자부하려면 금메달 숫자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일본 야구와의 격차가 어디까지 벌어졌는지, 국제경쟁력이 어느 수준인지, 선수 육성과 기본기에서 무엇이 부족한지를 끊임없이 돌아봐야 한다. 그것이 바로 과정이다. 팬들의 비판이 항상 옳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선수를 향한 무분별한 비난과 인신공격은 당연히 잘못이다. 하지만 경기력에 대한 정당한 비판까지 “금메달 땄잖아요”라는 말 한마디로 밀어낼 수는 없다. 국가대표는 국민의 응원을 받고 태극기를 달고 출전한다. 승리의 영광도 선수들만의 것이 아니며, 패배에 대한 평가 역시 피할 수 없다. 금메달을 딴 것은 축하한다. 결승에서 일본을 꺾은 것도 평가받아야 한다. 그러나 금메달을 땄다는 사실과 주장으로서 인터뷰를 잘했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결과가 좋았다고 과정까지 정답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상에 섰을 때 자신의 부족함을 돌아볼 수 있는 선수가 진짜 강한 선수다. 노시환에게 필요한 것도 “어쨌든 금메달 땄잖아요”라는 자신감만은 아닐 것이다. 금메달을 목에 걸고도 일본전 0대5 패배를 기억하고, 대표팀을 향한 정당한 비판을 받아들이며, 다음 국제대회에서는 더 나은 경기력으로 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태극기는 똑바로 달아야 한다. 금메달에 주어지는 스포츠 정신도 똑바로 알고 달아야 한다. 그리고 국가대표의 정신도 똑바로 세워야 한다. 금메달은 결과다. 하지만 대한민국 야구의 미래를 만드는 것은 결국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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