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공원 주택 공급 논란…“백년대계 공원” 강조했던 유홍준 관장 왜 침묵하나
정부가 서울 용산공원 일부를 주택 공급 대상지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국립중앙박물관을 둘러싼 경관과 역사유산 보존 문제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용산공원의 온전한 보존을 강조했던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이번 논의에 어떤 입장을 밝힐지도 관심을 모은다. 용산공원 남쪽에 자리 잡은 국립중앙박물관은 2005년 현재 위치에 개관했다. 건축 과정에서 북쪽 남산과 남쪽 한강을 연결하는 지형적 특성을 활용했으며, 향후 미군기지 반환 후 들어설 용산공원까지 주변 경관의 일부로 고려해 설계됐다. 특히 건물 중앙의 열린마당에서는 남산과 N서울타워를 바라볼 수 있고, 박물관 북측에는 향후 용산공원과 연결하기 위한 진입공간도 마련돼 있다. 때문에 박물관 주변 용산공원 부지에 고층·고밀도 주택이 건설될 경우 남산 조망뿐 아니라 박물관 주변의 개방감과 당초 건축계획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유홍준, 과거에는 “아파트 압력에 굴하면 안 된다” 논란과 함께 주목받는 인물은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다. 유 관장은 2019년 제1기 용산공원조성추진위원회 민간 공동위원장을 맡아 용산공원의 기본적인 조성 방향을 논의했다. 당시 국립중앙박물관과 전쟁기념관, 용산가족공원 등을 공원 체계와 연결해 남산에서 한강으로 이어지는 녹지축을 조성하는 방안이 추진됐다. 특히 2020년 언론 인터뷰에서는 용산공원을 장기적인 국가적 관점에서 완성해 후대에 물려줘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당시 서울의 주택난을 이유로 용산공원 일부를 아파트 부지로 활용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올해 2월 관훈포럼에서도 국립중앙박물관의 관람객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제2상설전시관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용산공원과 박물관의 공간 활용 문제에 관심을 나타냈다. 이 때문에 최근 정부의 용산공원 주택 공급 검토가 알려진 뒤 유 관장이 어떤 의견을 내놓을지 주목되고 있다. 현재까지 국립중앙박물관 측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현재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과거의 소신을 바꿨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정부의 주택 공급 위치와 규모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만큼 구체적인 개발계획이 나온 이후 입장을 밝힐 가능성도 있다. 국토부 “어린이정원 주택 건설 결정된 것 없어” 정부 역시 용산공원 전체를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개발하기로 확정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6일 용산어린이정원에 주택을 건설하기로 논의된 적은 없다고 설명하면서, 용산공원 내 이미 훼손된 지역 등을 대상으로 주택 공급 가능성을 검토하려면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밝혔다. 이어 27일에는 용산공원 일대의 병원 부지 등을 거론하며 청년주택 공급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따라서 앞으로 실제 대상지가 어디인지, 주택 규모와 높이가 어느 정도인지가 구체화돼야 경관 훼손 여부 역시 본격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립중앙박물관 경관·근현대사 유산 보존도 쟁점 문제는 경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옛 용산 미군기지 일대에는 일제강점기 조선군사령부 관련 시설과 병기고, 용산위수감옥 흔적 등 근현대 군사사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일본군에 이어 미군이 사용했던 공간이라는 점에서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 이후까지 이어지는 역사적 가치에 대한 조사와 보존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행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 역시 미군기지 본체 부지를 공원으로 조성하는 것을 기본 방향으로 규정하고 있어 주택 건설을 추진할 경우 법적·제도적 검토가 필요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주택 공급을 검토하더라도 건물 높이와 배치에 따른 조망 시뮬레이션을 먼저 실시하고 건축·도시계획·문화유산 전문가들의 검증을 거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만 고궁박물원 사례도 거론 해외 사례로는 대만 타이베이 국립고궁박물원이 거론된다. 자연경관과 조화를 이루도록 조성된 고궁박물원 주변에 1990년대 중반 16층 규모의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뒤 박물관의 경관과 스카이라인을 훼손했다는 논란이 장기간 이어졌다. 이 때문에 용산에서도 단기적인 주택 공급에 앞서 국립중앙박물관과 용산공원을 하나의 문화·녹지 공간으로 보고 장기적인 도시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결국 용산공원 주택 공급 논란은 ‘서울 도심 주택 공급’과 ‘국가공원의 보존’, ‘국립중앙박물관 경관’, ‘근현대 역사유산 보존’이라는 여러 가치가 충돌하는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구체적인 개발 대상과 규모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가운데, 과거 용산공원을 “백년대계”로 보존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유홍준 관장이 향후 정부의 개발 구상이 구체화될 경우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도 주요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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