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의 의무 조롱한 금메달, ‘하늘의 큰 별’ 팻 틸먼에 부끄럽지 않은가
위국헌신의 가치는 시대와 국경을 초월해 국가를 지탱하는 가장 단단한 주춧돌이다. 과거 미국프로풋볼(NFL) 애리조나 카디널스의 스타 선수였던 팻 틸먼의 삶이 이를 증명한다. 그는 부와 명예가 보장된 수백만 달러의 연봉 계약을 뒤로한 채, 9·11 테러 직후 미 육군 레인저에 자원입대했다. 의무 복무기간이 끝난 후 NFL로 복귀할 수 있었음에도 최전선 아프가니스탄 전장을 계속 지켰던 그는 2004년 4월 22일 작전 중 만 27세의 나이로 전사했다. 팻 틸먼은 반짝이다 사라진 별이 아니라 영원히 미국인들에게 기억될 하늘의 큰 별이 되었다. 그가 남긴 고결한 위국헌신의 정신은 여전히 미국의 자부심이자 군사 강국 미국을 만들었다. 그러나 오늘날 대한민국의 일부 엘리트 체육인들이 나라를 위해 희생한 영웅들의 숭고한 가치와 명예를 바닥까지 추락시켰다.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3 남자 축구대표팀은 2026년 10월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일본을 꺾고 대회 4연패를 달성했다. 이로써 20명의 젊은 선수가 병역 혜택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승리의 환호성이 채 가시기도 전에 터져 나온 일부 선수들의 경솔한 언행은 국민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공식 석상에서 "메달보다 군 면제라는 보상 하나만 보고 뛰었다"고 공공연히 밝힌 양민혁이나, "이제 군대에 안 간다"며 국방의 의무를 마치 기피해야 할 형벌처럼 조롱한 이기혁의 실언은 국가대표라는 자리가 지닌 무게를 망각한 처사였다. 아직 군대를 경험하지도 않은 신분으로 예비군 모자인 '전역모'를 쓰고 라커룸에서 거수경례 사진을 올린 박승수의 철없는 행동 또한 군 복무 중인 수많은 청년의 헌신을 가볍게 여기는 오만함에서 비롯됐다. 무엇보다 국민적 분노를 폭발하게 만든 것은 수비수 최우진이 SNS에 게재한 다리 절뚝이기 퍼포먼스이다. 그 시점이 너무나 잔인했다. 불과 십여 일 전인 2026년 9월 21일 오전 10시 51분경, 경기도 파주시 비무장지대(DMZ) 서부전선에서 북한 지뢰 폭발 사고로 제25보병사단 수색대대장 조청완 중령이 발목을 잃는 참변이 있었다. 최전방에서 나라를 지키다 피를 흘린 장병들의 눈물이 마르기도 전에, 병역 특례를 확정 지은 선수가 다리를 절뚝이는 연출로 메달을 자랑하는 모습은 의도 여부를 떠나 부상 장병과 국군 전체를 향한 모욕으로 비치기에 충분했다. 이러한 군 희화화와 풍조의 밑바닥에는, 군의 기강과 명예를 앞장서서 지켜야 할 정치권과 고위 공직자들의 자격 미달 행태가 자리 잡고 있다. 탈영 의혹을 받았던 방위병 안규백이 국방장관에 임명되었던 것과 군 복무 시절에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진성준이 국회 국방위원장이라는 것이 이런 참담한 현실을 증명한다. 군 경력과 전문성, 그리고 도덕성이 결여된 이들이 국방의 수장 자리를 넘보는 구조 자체가 대한민국의 안보 의식을 총체적 파국으로 이끈 주범이다. 한국 지도자들은 군을 '시간 낭비하는 곳', '빽 없으면 가는 곳'으로 격하시켰고, 이것이 청년들에게 군 기피를 당연시하는 문화를 심어준 것이다. 이스라엘처럼 전 국민이 군을 예우하고 무한한 신뢰를 보내는 국가들과 비교하면, 대한민국의 현실은 부끄러움을 넘어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군을 희화화하는 사회는 위기 상황에서 결코 청년들의 자발적인 희생과 헌신을 이끌어낼 수 없으니 대한민국의 미래 안보가 걱정스럽다. 안철수, 나경원 등 정치권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아시안게임 병역 특례 제도의 폐지 및 전면 재고를 촉구하고 나선 것은 지극히 당연한 순리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반세기 전에 도입된 낡은 병역특례 제도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 국방의 의무를 신성하게 여기게 만들고 사회적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할 때다. 팻 틸먼은 최고의 영광을 누릴 수 있었던 삶을 내려놓고 국가를 위해 자신의 청춘을 바쳤다. 대한민국의 청년들에게도 군 복무가 단순히 피해야 할 부담이 아니라 국가를 위해 감당하는 명예로운 책임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금메달은 영광이다. 그러나 그 영광이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청년들의 헌신 위에 서 있다는 사실까지 잊어서는 안 된다. ― 토니 성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