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출, 일본 제치고 세계 5위…반도체 호황 속 물가·금리 부담은 확대
한국 수출이 올해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일본을 앞질렀다. 인공지능 산업의 성장으로 반도체 수요가 폭발한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국내에서는 근원물가 상승과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동시에 커지면서 경기 전망이 복잡해지고 있다. 산업통상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의 수출액은 2199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8% 증가했다. 분기 기준으로 역대 가장 많은 수출액이다. 국가별 순위에서도 중국과 미국, 독일, 네덜란드에 이어 세계 5위에 올랐다. 같은 기간 일본의 수출액은 1895억 달러로 집계돼 한국이 1분기 실적 기준으로 처음 일본을 넘어섰다. 반도체가 이끈 수출 신기록 수출 증가의 중심에는 반도체가 있었다. 1분기 반도체 수출액은 785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39% 급증했다. D램 수출은 357억9000만 달러로 249.1% 늘었고, 낸드플래시는 53억9000만 달러로 377.5% 증가했다. 세계적인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와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이 국내 반도체 기업의 수출 호조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컴퓨터 수출도 75억 달러로 169% 증가했다. 석유제품은 132억 달러로 24%, 무선통신기기는 53억 달러로 40% 늘며 수출 증가세를 뒷받침했다. 문화와 소비재 분야의 성장도 두드러졌다. K-뷰티의 인기에 힘입어 화장품 수출은 31억3000만 달러로 21.5% 늘었다. 농수산식품 수출도 K-푸드 확산에 힘입어 31억1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수출이 크게 늘면서 무역수지는 504억 달러 흑자를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66억9000만 달러와 비교하면 흑자 규모가 437억 달러가량 확대됐다. 현재의 흐름이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한국이 연간 수출에서도 일본을 추월하고, 무역 규모 1조 달러 달성에 다가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소비자물가는 둔화했지만 근원물가는 상승 수출 부문의 호조와 달리 국내 물가 상황은 낙관하기 어렵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9.77로 전년 동월보다 2.8% 올랐다. 중동 지역의 전쟁 여파로 5월과 6월 각각 3.1%, 3.2%를 기록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석 달 만에 2%대로 내려왔다. 석유류 가격 상승세가 둔화한 영향이 컸다. 6월 24.7%였던 석유류 물가 상승률은 7월 15.5%로 낮아졌다. 정부가 시행한 석유 최고가격 인하 조치도 전체 물가를 끌어내리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농축수산물 물가 상승률도 6월 3.2%에서 7월 0.9%로 크게 둔화했다. 그러나 변동성이 큰 농산물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물가는 2.6% 상승했다. 2023년 12월 이후 3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반도체 가격 상승과 신제품 출시 등의 영향으로 컴퓨터 가격은 25.1%, 태블릿PC 등 휴대용 멀티미디어기기 가격은 22.5% 올랐다. 두 품목 모두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상승 폭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통신비 할인에 따른 기저효과까지 겹치면서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 주목 한국은행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연 2.75%로 조정했다. 2023년 1월 이후 3년 6개월 만의 금리 인상이자, 지난해 7월부터 이어진 동결 기조를 끝낸 결정이었다. 금리 인상 이후 발표된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6%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지난 5월 전망했던 0.2%보다 세 배 높은 수치다. 실질 국내총소득도 같은 기간 3.6% 증가했다. 예상보다 강한 성장과 근원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시장에서는 오는 8월 27일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다시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환율 하락과 생활물가 둔화를 고려해 8월에는 금리를 동결한 뒤 10월에 추가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결국 한국 경제는 수출과 성장률에서는 강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그만큼 물가 압력과 금리 부담도 함께 커지는 상황에 놓였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황이 내수와 고용 회복으로 연결될지, 아니면 물가와 금리 상승으로 가계와 기업의 부담을 높일지는 향후 한국 경제의 중요한 갈림길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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