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공유기 10만대에 ‘백도어’ 논란…35초마다 中 서버와 통신
美 보안업체, Zbtlink 계열 펌웨어 21종 분석…원격 관리자 기능 확인 통신 상대 인증 절차 없어 서버 장악 시 공유기·연결 기기까지 공격 가능 제조사 “AS용 기능…불법 접근 사례 없다” 반박 중국산 무선 공유기 약 10만대에 외부 원격 조작이 가능한 이른바 ‘백도어’ 기능이 탑재돼 있다는 조사 결과가 공개되면서 중국산 통신장비의 보안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미국 사이버보안 업체 벌른체크(VulnCheck)는 중국 통신장비 업체 선전즈보퉁전자(Zbtlink)가 제조한 무선 공유기 펌웨어 21종을 분석한 결과, 조사 대상 제품 전체에서 원격 관리 기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보안업계가 특히 문제 삼은 것은 공유기가 약 35초 간격으로 중국 내 특정 도메인과 자동 통신하고, 외부 서버에서 내려온 명령을 관리자 권한으로 실행할 수 있는 구조였다는 점이다. 벌른체크는 이 구조에 ‘엔드리스 도어스(Endless Doors·무한의 문)’라는 이름을 붙였다. 부팅과 동시에 원격 관리 기능 작동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해당 공유기는 전원을 켜면 원격 관리 기능이 자동으로 활성화되고, 일정한 간격으로 특정 인터넷주소(IP)와 중국 도메인에 접속한다. 가장 큰 보안 문제는 통신 상대방을 제대로 인증하는 과정이 없다는 점이다. 외부 서버가 보낸 명령을 공유기가 관리자 권한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에, 공격자가 해당 통신 서버를 장악하거나 통신 경로를 악용할 경우 공유기의 통제권을 빼앗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벌른체크의 분석이다. 공유기가 장악될 경우 문제는 공유기 한 대에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같은 네트워크에 연결된 PC와 스마트폰, 사물인터넷(IoT) 기기 등으로 공격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 세계 최소 10만대 설치 추정 벌른체크는 전 세계에 최소 10만대의 해당 공유기가 설치돼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문제가 제기된 제품은 ‘Zbtlink’와 ‘Wiflyer’ 브랜드로 판매됐으며, 다른 업체 상표로 판매되는 OEM 제품에도 같은 기능이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즉 소비자가 제품 겉면의 브랜드만 보고는 해당 펌웨어 사용 여부를 쉽게 확인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다. 벌른체크 측은 일반 이용자 상당수가 자신의 공유기에 이런 원격 접근 기능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알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단순 취약점 아니라 제조 단계에서 탑재된 기능” 벌른체크는 이번 문제를 일반적인 프로그램 오류나 우연한 보안 취약점과는 다르게 보고 있다. 보안업체는 해당 원격 관리 기능이 제조 단계에서 의도적으로 펌웨어에 포함된 구조라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일반적인 보안 취약점 공개 절차처럼 제조사에 사전 통보한 뒤 수정 시간을 주는 대신, 조사 결과를 곧바로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벌른체크는 단순히 펌웨어를 업데이트할 때까지 기다릴 사안이 아니라 제품 자체의 신뢰성과 관련된 문제라고 평가하면서, 해당 공유기를 사용하고 있다면 네트워크에서 분리하고 침해 흔적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제조사 “고객 요청 따른 AS 기능” 제조사 Zbtlink는 보안업체의 주장에 반박했다. 회사는 조사 결과가 공개된 뒤 문제가 지적된 제품 판매를 중단하고 관련 펌웨어를 공식 홈페이지에서 삭제했다. 다만 원격 관리 기능 자체에 대해서는 고객의 명시적인 요청과 승인을 받아 장애 대응과 제품 설정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애프터서비스 기능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기능이 실제 불법 접근에 사용된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회사는 보안 문제를 개선한 펌웨어도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며 고객 안전과 개인정보 보호를 우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까지 중국 정부 개입 증거는 없어 이번 조사에서 중요한 점은 백도어로 지목된 기능의 존재와 중국 정부 개입 여부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현재까지 해당 원격 관리 기능이 실제 사이버 공격에 이용됐다는 사실이나, 중국 정부 또는 중국 국가기관이 이 기능을 이용해 정보를 수집했다는 증거는 공개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사안을 곧바로 국가 차원의 정보수집 활동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통신 상대를 인증하지 않은 채 외부 명령을 관리자 권한으로 실행할 수 있는 구조 자체가 심각한 보안 위험이라는 지적은 남는다. 다시 커지는 중국산 통신장비 보안 논란 공유기는 가정과 기업 네트워크의 출입구 역할을 하는 장비다. 공유기가 장악되면 사용자가 입력하는 인터넷 정보뿐 아니라 내부 네트워크에 연결된 다양한 기기가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통신장비 공급망의 신뢰성 문제는 단순한 개인정보 보호를 넘어 국가 사이버안보와도 연결된다. 특히 최근 각국이 통신장비와 CCTV, IoT 장비, 네트워크 장비의 제조국과 공급망을 안보 문제로 다루기 시작하면서 중국산 장비를 둘러싼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이번 사례 역시 가격과 기능뿐 아니라 제조사의 보안 설계, 펌웨어 업데이트 체계, 외부 서버와의 통신 여부까지 확인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는 점을 보여준다. 공유기 한 대가 단순한 인터넷 연결 장치를 넘어 가정과 기업 네트워크 전체의 보안 관문이 된 만큼, 제조사와 브랜드만이 아니라 그 안에서 실제 어떤 소프트웨어가 작동하고 있는지도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되고 있다.



















